영주권을 기다리는 사람과 이미 받은 사람의 공통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주권카드를 볼 일이 실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영주권을 기다리는 경우야 카드를 받은 적이 없으니 당연합니다만, 반면 오랫동안 영주권을 기다리다가 천신만고 끝에 영주권을 손에 넣은 분들과 얘기해보면 이까짓 운전면허증 같은 플라스틱 카드 하나를 받으려고 그렇게 고생을 했었나 허탈해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인된 영주권은 면허증처럼 소지하고 다니면 분실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이민국이 승인편지에 같이 넣어주는 보호종이에 쌓여 장롱 속에 고이 간직되기 마련이지요.
그 영주권이 다시 빛을 보는 때는 대개 휴가나 사업차 한국여행을 계획할 때입니다. 미국에서 영주권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영구히 거주한다는 의사와 증거를 필요하다면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영주권자가 외국에 나갔다가 다시 미국에 들어올 때는 국토안보부 산하의 CBP 국경심사관에 의해 법적으로 마치 처음 영주권을 받기 위해 심사받을 때와 같은 상황에 처합니다. 이를 이민법적으로 Arriving Alien 이라고 합니다. 해외에서의 거주기간이 길고 빈도가 잦다면 심사관은 입국자가 미국에 정말 영주하는 것인지 확인하게 되며, 그 외에도 미국에 영주권을 줄 수 있는 데 문제가 있는 사유, 예컨대 전과라든지 법규위반 등을 따질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이민법은 영주권자가 1년 이상을 아무조치없이 해외에 나가 있는 경우 영주의 의사를 포기한 것을 간주합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재입국허가서(Reentry Permit)란 서류가 있습니다. 영주권자가 1년이상 해외체류후 다시 미국으로 입국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나가기 전에 이 Reentry Permit 을 I-131 양식에 신청하여 미국입국시 소지해야 합니다. 보통 유효기간은 2년이며 이 기간동안 한번도 미국에 들어오지 않고 해외 장기체류가 가능합니다. 다만 재입국허가서는 무한대로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5년동안 연속적으로 2번을 받은 후 다시 신청하면 1년으로 단축된 재입국허가서를 받게 됩니다. 그 이후에도 장기 해외체류가 가능하려면 이를 정당화할 고용관계서류나 사정을 입증할 서류를 permit 신청시 제출해야 합니다.
재입국 허가서는 단지 1년이상 해외체류라는 사실 때문에 당연히 영주권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막게 할 뿐, 심사관은 입국자의 영주의사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권한이 있습니다. 대개 6개월 이상의 장기여행 후 들어온다면 미국에 주택을 소유하고 세금을 내고 있는 등의 정황증거와 한국에서의 장기체류가 성격상 한국의 영주를 의한 것이 아니라 단기적이고 일회성의 목적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재입국허가서 신청절차에 좀 귀찮은 일이 있습니다. 한 10년 전에는 재입국허가서 신청서를 미국에 있는 동안 넣기만 하면 바로 한국에 돌아가도 이후에 승인을 받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재입국허가서 신청 후 지문날인 절차를 추가하였습니다. 문제는 신청서 제출 후 지문날인 일정이 잡히기까지 대개 한달 이상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결국 신청시에 한번 그리고 지문날인시에 또 한번 미국에 체류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재입국허가서를 정상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출국전 여유있게 두달은 먼저 신청서를 넣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변화가 실제로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경우는 주재원의 경우입니다. 주재기간 이후 가족들의 미국잔류를 위해 영주권을 받은 뒤 기러기아빠가 되어 한국에 귀임한 주재원의 경우 예전에는 2년마다 잠깐씩 미국에 들어와 여행허가증을 신청하고 영주권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직장에 매여 휴가를 한달이상 낼 수 없는지라 지금은 여행허가신청을 위해서 미국입국을 두 번 하든지 아니면 많은 경우 영주권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참고로 영주권카드의 유효기간은 10년입니다. 카드가 끝났다고 영주권신분이 종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카드자체는 재발급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자녀가 14세가 되기 전에 부모에 동반하여 영주권을 받은 경우라면 만 14세 생일전후로 지문날인을 하고 새로 영주권카드를 받아야 하는 점 또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김영언 변호사 (NOW Immigration)
